1달러 짜리 지폐만큼 얘깃거리가 많은 돈도 없을 것 같다.
뜬금없이 음모론이 불거져 나오는가 하면
미국의 정치.경제.역사가 앞 뒷면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혹 주머니에 1달러가 있다면 한번 꺼내 찬찬히 살펴보자.
논란은 오른쪽 상단의 '1'자를 둘러싼 테두리.
10시 반 방향에 부엉이가 걸터 앉아 있다는 것이다.
육안으로는 식별이 어려워 확대경을 놓고 봐야 한다.
부엉이는
반기독교 비밀결사조직인 '프리메이슨'(Freemason)의 상징동물이다.
그래서 세계지배를 노리는 '프리메이슨'의 음모가 숨어있다는 말이
그럴싸하게 포장돼 굴러다닌다. 그러나 부엉이라고 우겨서 그렇지
아무리 봐도 부엉이는 아니다.
그저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뭔가를 그려 놓았을 뿐이다.
뒷면에는 미국의 국새(the Great Seal)를 그대로 옮겨놨다.
왼쪽은 피라미드 오른쪽은 독수리와 성조기를 그래픽으로 함께 처리했다.
양쪽의 연결고리는 '13'이란 숫자.
독수리 위의 별도 13개 양쪽 발톱에도 각각 13개의 화살과
올리브 나뭇잎이 새겨져 있다.
평화(올리브)를 위협하는 세력엔
힘(화살)으로 응징하겠다는 결의가 담겨져 있다고 할까.
피라미드의 높이도 세어 보면 13층이다.
독립 당시 13개주에서 출발한 때문인지
13이 미국의 상징 숫자로 자리잡은 모양이다.
가장 난해한 부분은 왼쪽의 피라미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면 몰라도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새겨 놓다니….
그것도 꼭대기는 잘려져 있다.
해설이 그럴듯하다.
피라미드를 한층 한층 쌓아가듯
미국은 계속 발전하고 있음을 형상화했다는 것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피라미드는
이같은 성장이 항구적이어야 함을 암시한다.
피라미드 위엔 만물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 이른바
'전시안'(all-seeing eye)이 그려져 있다.
때로는 메시아의 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의 보호 아래 영원한 부의 계단을 쌓아가는 미국.
피라미드의 위.아래에 적혀 있는 라틴어 문구가 이를 풀어준다.
'아뉴이트 셉티스'(Annuit Coeptis).
'신은 우리가 하는 일에 미소를 지으신다' 쯤이 되겠다.
하단의 '노부스 오르도 세클로룸'(Novus Ordo Seclorum)은
신세계의 질서를 뜻한다.
두 문장을 합쳐 보자.
'(미국 주도의) 신세계 질서가
하나님 보시기에도 좋다'는 의미가 되지 않을까.
1달러 지폐에 처음부터 미국의 국새가 인쇄된 것은 아니다.
재도안을 지시한 대통령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1930년대 중반 대공황의 후유증으로 나라살림이 갈수록 피폐해지자
경제회복과 부흥을 바라는 심정으로 뒷면에 국새를 인쇄하도록 했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니
번영의 피라미드를 계속 쌓아 올리자"며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준 것.
1달러 지폐 덕분인지는 몰라도
미국은 곧 이어 터진 2차대전에서 악의 집단을 물리치고
수퍼파워가 됐다. 대공황으로 생채기 난 경제도 말끔히 회복하고.
80년만에 또다시 미국에 위기가 닥쳐왔다.
금융대란이 이젠 실물경제에까지 파급돼
삶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루스벨트 시절 처럼 온 국민이 '아뉴이트 셉티스'를
절박한 마음으로 기도하면 경제가 되살아 날까.
그동안 한낱 푼돈으로만 여겨왔던 1달러.
이 돈에 이처럼 소중한 기도문이 쓰여 있다니
이번 성탄절 메시지로 삼아 보면 어떨지 싶다.
과연 지금 내가 하는 일에 하나님이 흐뭇해 하실까.
'아뉴이트 셉티스!'